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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원의 건축 칼럼〕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따뜻한 심성을 담은 곡선의 미학

Aesthetics of a curve containing the vitality of nature and the warm mind of human beings

등록일 2020년07월02일 18시4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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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따뜻한 심성을 담은 곡선의 미학

Aesthetics of a curve containing the vitality of nature and the warm mind of human beings

자연의 생명력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예술로서의 건축, 주변과의 조화로움, 자유로운 선과 매스에 살아 숨 쉬는 달콤한 향기

 


 

자연의 생명력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땅에서 곡선은 변화무쌍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전통건축의 처마 선을 따라 매끄럽게 흐르는 곡선, 마을 뒷동산을 닮은 듯한 부드러운 초가지붕, 한복의 소매 저고리, 뽀얀 빛깔을 우려내는 순수한 백자의 선 등은 한국인이 지니는 보편적인 원형미를 담고 있다. 그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갈한 곡선미는 오랫동안 대지를 머금고 숨쉬어온 우리네 자연의 순수한 모습과 대립보다는 조화를 강조하고 경쾌하면서도 도를 넘지 않으려는 삶의 은은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현대건축에서 그러한 곡선의 미학은 첨단기술과 다양한 건축소재를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싱그럽게 귓가를 울리는 바람, 바람을 벗 삼아 흐르듯 자유로운 곡선미를 뽐내는 사막 위의 모래, 파란 하늘을 비추어보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물방울, 하늘을 향해 한껏 솟아오른 높다란 나무와 탐스러운 열매, 수면을 매끄럽게 헤엄치는 물고기 등 우리의 일상에서 보이는 흔한 풍경들이 건축가와 디자이너에게는 공간과 디자인의 훌륭한 모티브가 되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자신이 디자인한 건축물에 유려한 곡선의 미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자유롭게 흐르는 선의 형태를 삼차원의 표현력을 갖는 건축으로 전환시킨 안토니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간결하고 실용적인 처마 곡선의 흐름과 자연의 질서 위에 인간의 척도를 구축해 낸 르 코르뷔제의 롱샹성당, 새가 날아오르는 형상을 모티브로 한 뉴욕 존 에프 케네디공항, 물고기 모양의 예일대 아이스하키 링크, 항구도시로서 시드니가 갖는 상징성을 돛배모양으로 표현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자연의 생명체가 가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저기 보이는 나무가 가장 좋은 표본이다.” 월계수 나뭇잎과 비둘기가 내려않은 모습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첨탑부분을 표현하고자 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말이다. 놀랄 만큼 뛰어난 관찰력과 자연에 대한 대단한 관심, 하늘, 구름, 물, 바위, 나무, 동물, 산과 같은 자연의 여러 가지 모습에서 독특한 건축철학을 만들어내며 자연 속에서 건축영감을 찾고자 한 위대한 스페인 건축가처럼 곡선은 건축물을 표현하는 자유로운 언어이다. 그리고 건축기술과 발달과 첨단소재의 다양성은 점차 그러한 건축가의 표현양식을 자유자재로 구현하게 하고 있다.

 

예술로서의 건축, 주변과의 조화로움

화가 출신의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는 현대도시의 특징을 노마디즘, 카오스, 비장소성, 끊임없는 변화, 다양성의 현상으로 규정하고 건축가로서 통제 불능의 상태에 이르는 대도시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져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의 다양성과 현상들을 인지하고 그것을 독특한 방식으로 건축물에 담아보는 것이다.

이탈리아 비첸차의 그라파 나르디니 연구&멀티미디어센터는 두개의 투명한 타원형의 공기방울 형태로 매끈한 외관을 자랑한다. 흡사 외계에서 방금 안착한 우주선을 보는 듯 둥근 외형 중의 하나는 연구센터의 실험실로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있으며, 다른 하나는 오디토리엄과 로비가 마련되어 있으며 천연 협곡처럼 땅으로 파고들어가 아래로 잠겨있는 상태이다.

강철 소재가 빚어내는 거대한 유리 증류구(球)의 반사표면은 떠있는 공기방울 내부공간에 자연스러운 빛을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출입구부에 활력을 제공한다. 한편 다양한 각도의 경사 기둥은 기울어진 리프트의 볼륨감과 함께 역동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오디토리엄으로 내려가는 진입로는 협곡 공간(건물 사이의 공간)을 이어주는 독특한 매개체 역할을 하며 대형 행사시 야외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도 담당하게 된다. 오디토리엄에 들어오는 관람객들은 경사진 벽면들로 조성된 율동적인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걸어 다니는 동선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연속된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나란히 서있는 두개의 타원형 공기방울, 경사진 계단에 기댄 기울어진 리프트, 현관 진입로의 로테이션 등의 요소들과 어우러져 다양한 건축요소들의 조합 속에 조화로운 부조화, 비대칭을 제공하는 것이다. 두개의 타원형의 유리외벽은 멋진 몬테그라파 산의 풍경을 360도 각도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건축가의 의도이며 그 자체로 보르톨로 나르디니 그룹의 기업 이미지를 듬뿍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디자인한 엠포리오 아르마니 홍콩에서도 유체 개념은 조화롭게 전개된다. 건축가는 방문객들의 움직이는 동선과 그들의 일상적인 움직임을 연구하여 흐르듯 공간에 적용시키고 이러한 드러나지 않는 통로들은 전시장의 근간을 이룬다. 이곳은 전형적이거나 고정적인 기하학적 배열보다는 가변성을 통한 공간의 실효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패션을 위해 만들어진 전시실은 옷감과 액세서리를 전시하면서 홈에 패인 유리로 된 두개의 벽 사이에 있는 조명이 비추는 이러한 통로를 따라 전개된다. 반짝이는 송진바닥은 형상들을 그대로 반사시켜 영역을 두 배 세배로 확장시킨다.

프랑스 리모주에 자리한 튀르고 빌딩은 내부에 두개의 커다란 기포를 함유하고 있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 기포는 유리면과 경계가 정해져 있고 외부로 돌출되어 나와 있기까지 하다. 아연판으로 둥글게 덮여있는 내부 볼륨은 스스로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으며 도시환경 내로 편입하고 있다. 단조로운 건물은 도시의 지속적인 관계맺음을 통해 분명하게 부각되는 동시에 시각적 안정감을 유도한다.

새로운 밀라노 국제무역박람회장은 중앙 축에 거대한 장막을 중심으로 단지 전체의 체계성을 부여하고 있다. 표면적 46,000 평방미터인 이 장막의 길이는 1,300미터가 넘고 너비는 32미터로 가히 그 규모에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물모양의 장사방형 그물구조인 이 강철 장막은 구형(Spherical)의 촘촘한 마디로 연결되어 있고 얇은 판형의 유리로 덮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그물 구조는 가로 2.7m, 세로 2.25m의 모듈을 이용하여 중앙축을 따라 너비 31.57m로 연결되어 있고 동쪽과 서쪽의 출입구에는 그 너비가 40.59m에 달한다. 높이는 16m에서 23m까지 다양하다. 그 그물 구조는 32,000개 이상의 마디와 38,929개의 장사방형 틀로 구성되어있다. 183개의 강철기둥이 이 장막을 떠받치고 있으며 이 기둥은 높이 12m 이상에서 더 작은 하부구조들로 갈라진 형태이다.

건축가 푹사스는 분화구나 파도, 모래언덕 등의 장연 경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다. 자연경관처럼 결코 반복적이지 않으면서도 변화무쌍한 풍경을 건축공간에 끌어들여 장관을 연출한 것이다. 각각의 건물들은 식당, 회의실, 사무공간과 전시 홀을 연결하는 로비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들로 꾸며져 있다. 국제무역박람회장의 주 진입로는 동서양쪽으로 뻗어있고 주축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물과 녹지 그리고 콘크리트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진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전시홀 측면을 이루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 파사드는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을 이루고 물결모양의 가벼운 구조물이 마치 장막처럼 모든 공간을 덮고 있다.

 

자유로운 선과 매스에 살아 숨 쉬는 달콤한 향기

곡선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사례들은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체코 프라하에 자리할 국립도서관(2010년 완공예정)은 오고 싶고 머물고 싶어 하는 도서관으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의 체코 프라하 도서관은 이제 도서관이 많은 책을 보유하는 곳에서 책 외에 컴퓨터 하드나 CD 등에 더 많은 정보를 담아 보여준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하얀색의 무광택 대리석 플랫폼 위에 아늑하게 자리를 틀고 있는 건물은 거울로 마감된 스테인리스 스틸 입면부가 주변 가장자리보다 높아 다양한 각도의 건물 모습을 비추게 된다.

다소 삼차원적인 도서관은 볼륨을 최소화하고 주변에 있는 나무들 너머까지 조망을 확장시킬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건물 외피는 샴페인 빛깔의 산화 피막처리 알루미늄 타일로 처리한 것으로 아래에서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차츰 옅어지며 건물 곳곳에 마련된 원형의 유리창으로 싱그러운 자연광이 넉넉하게 유입된다. 도서관의 상부는 프라하 시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아늑한 카페, 화사한 분위기를 돋아내는 열람실, 거리와 공원에서 경사로와 계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외부 공간, 곡선형의 외관과 어우러진 부드러운 가구 배치 등은 방문객의 편안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건물 내부 특징으로는 꼭대기 층의 전망대와 프라하 시내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안락하고 화사한 분위기의 열람실, 거리와 공원에서 경사로와 계단을 통해 공공영역으로 이어지는 일층 높이, 무엇보다 도서관의 부드러운 가구배치는 방문객들에게 편안함을 줄 것이다.

내부공간에 유선형 흐름을 도입한 예로 파리 필하모니를 꼽을 수 있다. 장 누벨에 의해 계획되고 있는 이 건물은 자못 과감한 디자인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자아낸다. 필하모니는 하나의 작품 의도로 표현된 라빌레뜨 공원의 유명한 건축물과 어우러져 전례 없는 강한 구조물의 이미지를 보여주게 된다. 또한 필하모니는 수도 파리의 도시적이고 문화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구역이자, 새롭게 질적 개선을 필요로 하는 음악단지와 세뤼리에 로와 교차로 사이에 세워지게 된다. 이에 건축가는 상부의 돌출된 리드미컬한 건물을 통해 주변 경관을 아우르고 그 곳에 서있는 자체로의 존재감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건물은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경관을 제공하고 전체적인 방법으로 공원을 조망할 수 있게 하였다. 건축가는 환경과 관련된 네 가지 요소 즉, 에너지, 내 외부 음향, 물의 관리와 유지, 정비를 통해 주변 환경을 조율하고자 한다.

다양한 제품디자인부터 가구, 조명, 인테리어까지 창의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카림 라시드 역시 탁월한 곡선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디자인 목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힌바와 같이 그는 자신의 디자인이 모든 이들의 삶의 일부분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가 물방울 건축을 실험하고자 시도한 일본 오이시에서는 일상적이고 편안한 식당을 디자인하였고 디자인 상점 Totem을 기반으로 뉴욕을 포함한 LA, 뉴욕 등지에 많은 생활용품들을 디자인하였다. 특히 아테네에 있는 동시대 예술 수집가를 위한 호텔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을 유기적인 유연함과 무리 없이 결합시키고 있다.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색유리가 있는 벽은 룸에 활력 넘치는 빛을 끌어들이며 키보드와 마우스가 있는 선반과 침대 위로 내려온 컴퓨터 스크린은 침대에서 편안하게 일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창의력이 풍부하면서도 내용이 알찬 창조적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녹아든 유려한 곡선미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표현이며, 그의 디자인이 독창적이며 확고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곡선의 건축미학은 현대건축에서 적용되는 한 표현방식으로 그 속에는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담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깊이 내재되어 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자연에서 곡선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며 주어진 주변 환경에 맞게 이를 재해석하여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한 시대 건축은 개개인의 다양한 삶의 담는 그릇으로 인식되며, 사회의 다변화하는 가치척도, 시대상, 문화 행태 등을 담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의 환경을 좀 더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 건축공간에 자신의 독특한 조형,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총동원하여 공간에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음으로써 자신의 건축언어를 표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적용된 건축의 곡선에서 자연에 대한 순수함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존중하고 수용하려는 공간철학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ANN, 기사 출처_ 데일리 에이앤뉴스, ANN TV(ANN NEWS CENTER)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Vivian AN)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IAB자문교수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에이앤뉴스_ 건설경제건축디자인문화예술종합미디어뉴스 ‧ ANN TV_ 건축디자인건설뉴스채널 ‧ 에이앤프레스_건설지전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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