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전통과 장소성, 시간에 대한 존중을 통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재생 건축에서 느림의 지혜를 배우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새롭게 탈바꿈한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
오래된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과거 흔적과의 공존의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재생 건축은 강한 존재감을 내비친다. 그 내재된 속성은 무조건 새롭게 건물을 짓기보다는 구조나 마감재, 역사적 흔적 등 살릴 수 있는 건축의 전부나 일부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유지하고 사용자의 취지에 맞게 적절한 용도로 개선한다는 측면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 의미는 버려지고 낡은 시설을 쓸모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건축물의 리모델링에서부터 산업시설, 공공시설, 교량 등은 물론 도시 전체의 영역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건축물의 재생은 세월의 흐름을 머금고 사그라질 수 있는 건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종의 리노베이션 작업이다. 그것은 역사성이 깃든 낡은 건물을 원형에 가깝게 보수한다는 복원의 의미를 넘어 건축물의 개보수 및 적합한 활용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을 뜻한다. 건축물의 형태는 물론 나아가 공간적 변형을 취한다는 점에서 도시와 건축의 성장과정에서 끊어지려고 하는 명맥을 이어주고자 하는 매력적인 디자인 장치인 셈이다.
잊혀져가는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수선을 가함으로써 건물의 수명을 새롭게 연장시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생건축은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의 흐름과 닮아있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기보다는 과거의 흔적을 품어 안고 도시환경과 공존하고자 하는 관용의 미덕이 숨 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재생 건축에 드러난 면모에는 낡은 과거의 흔적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오래전 건물의 사용 여하에 따라 활기 넘치던 사람들의 기억의 시간을 건축 속에 남겨두는 것이다. 때로는 오래된 건물의 낡은 시설들을 걷어 내고 속살을 드러내는 방식이거나 혹은 일부를 존치시킴으로써 적극적인 실험 방식으로 접근한다. 비록 건물의 용도는 변화했지만 그 속에서 머물고 활동하던 과거와의 시간적 고리와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연결 장치를 통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 추억의 단편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젊은 사람들은 과거의 흔적과 맞다 있는 오묘한 시간의 장치를 통해 과거와 조우할 수 있게 된다. 아픈 환자를 치유하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재생건축에 스며든 과거와 현재의 충돌과 조화, 낡음과 새로움의 공존을 통해 엮어진 숱한 시간의 흔적과 기억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 생명력 넘치는 무한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새롭게 탈바꿈한 역사적 건축물의 가치
과거의 흔적들을 찾아 현대적인 관점에서 공간을 새롭게 재구성한다는 재생의 차원에서 볼 때, 르네상스 시기의 건축양식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물관의 개념을 넘어 이제 프랑스의 문화적 상징으로 다가오는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브르궁은 당초 1190년 바이킹족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한 파리의 방어용 성채로 건물이 지어졌고 16세기 프랑스와 1세가 르네상스관을 증축하고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을 수집 전시하면서 출발한다. 루이 13세 때에는 소장품이 무려 200여점에 달하기도 하였고,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으로 옮겨가면서 왕궁으로의 기능을 상실하다가 1793년 대혁명 후 중앙미술관이라는 명칭으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나폴레옹 1세 이후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고 나폴레옹 3세에 이르러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가히 르네상스 전시대를 통해 건물의 증개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루브르궁은 진정 공공박물관으로 새롭게 변모하게 되었고, 1981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그랑 루브르라는 계획에 의해 대대적인 보수 및 발굴 작업이 진행된다. 이때 출토된 유물들을 토대로 전시장도 두 배로 늘리고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였다. 프랑스 혁명 2백주년을 기념하여 나폴레옹광장에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아이 엠 페이(I.M. Pei)에 의한 21m 유리피라미드의 구조물이 마지막으로 손질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장구한 세월을 통해 끊임없이 많은 증축과 개보수를 함으로써 과거의 전통을 새롭게 이어가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건축적 재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영박물관 역시 그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역사적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새롭게 재구성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런던 블룸즈버리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1753년 왕립학사원장을 지낸 의학자 한스 슬론경의 8만점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품을 영국 의회에서 매입하게 되면서 건립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후 1959년 착공에 들어갔고 1823년부터 30여년에 걸쳐 증개축을 거듭하면서 총 4층 규모에 83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방들에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건물은 1824년부터 로버트 스머크경(Sir Robert Smirke)의 설계로 동쪽에는 장서용, 서쪽에는 이집트 조각 전시용의 갤러리가 먼저 세워졌다. 그리고 1852년 중앙부의 옛 건물 자리에 신고전 양식으로 현재의 정면 건물이 완공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21세기를 맞이하여 원형 열람실로 사용되며 잃어버린 공간의 하나였던 대영박물관의 대정원(The Great Court)이 거대한 내부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영국 도서관이 신축 건물로 옮겨감에 따라 정원의 공간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 의해 계획된 이 거대한 정원의 공간은 천창에 그물형 와이어 프레임을 통해 굴곡진 유리로 덮여진다. 이를 통해 주변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하이테크한 현대적인 박물관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공간으로 중요한 도시공간의 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내부에 전시된 이집트의 미라, 로제타스톤, 람세스2세, 파르테논 신전 등은 아시리아 라마스상 등은 한해 4백만 명이 넘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며 여전히 그 특유의 고풍스러운 공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건축가 노먼포스터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베를린 신국회의사당은 새롭게 복원된 건물은 옛 의사당의 명료함에서 단서를 잡아 축성문과 창문 배치의 세밀한 부분까지 복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실제 건물과는 근본적으로 달리 여러 층을 파고들어가면서 자연광과 자연스런 경치가 유입되고 있다. 유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대규모 석재 외관 내에서 신 건물은 시원스럽게 모든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새롭게 들어선 둥근 지붕 안에는 두개의 나선형 경사로가 전망대로 이어져서 탁 트인 도시전경을 조망케 하여 사람들이 자신이 뽑은 정치 지도자들의 머리 위에 있음을 상징한다. 둥근 지붕의 중심은 빛 조각상인 반사원추가 등대처럼 작동해서 뒷면에 수평선의 빛을 방으로 반사시킨다. 이동 보호막이 태양의 동선에 따른 열과 빛의 유입을 막는다.
1914년에서 1923년 사이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독일 함부르크 역사박물관(건축가_ 마인하르트 폰 게르칸 & 폴크빈 마르크) 또한 건물 안뜰 상부에 그물형 유리구조물을 설치하여 전시장으로 이용한 경우이다. 안뜰을 약 10,000㎡ 3천평 이상으로 상부를 덮고 있는 그물망은 사발모양의 건물들과 지붕이 있는 돔 하나를 연결시켜준다. 지지구조의 측면은 60×40mm 흰색 페인트를 칠한 도금철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판유리를 감쌀 수 있는 형태이다. 이런 측면 형태는 적당한 넓이의 그물망 지지구조로 만들어 질 수 있었는데 나사못으로 접합부를 조여 지탱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만약 접합부가 미끄러질 수 있게 설계되었더라면 지지구조 사이의 사각형은 장방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각선은 사각형을 삼각형으로 분할하여 사발형태를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각선이 마치 줄과 같은 역할을 하여 각 방향 이쪽저쪽으로 뻗어나가 있기 때문에 그것들 중 하나는 언제나 도르래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강철판 위에는 10mm 두께의 홑겹 안전유리가 끼워져 있다. 이 유리들은 금속판과 함께 몇몇 접합점에 고정되어 있다. 단단한 지지부분의 모서리는 기존 지붕의 약 70~90mm 위에서 둥글게 미끄러져 나갔다. 어떤 지점에서는 강화 콘크리트 천정 혹은 벽에 고정되어 있다. 폭설의 무게와 눈 녹은 물의 갑작스런 쏟아짐을 방지하기 위해 둥근 사발 형태는 래디알 형태로 강화하였다. 이로 인해 건물의 안뜰은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받고 바깥으로 밀려났던 전시장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중세의 고건축과 근대의 공공시설의 흔적에 문화적 숨결을 덧대다
중세 요새나 귀족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빛바랜 공간들이 새롭게 박물관이나 갤러리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에 의해 설계된 투스콜로 뮤지엄은 왕족의 별장이었던 알도브란니에 부속된 마구간을 개조한 곳으로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공간을 제공해 준다. 빛으로 가득한 전시실에 청동으로 된 진열대가 있고 그 위에 고고학적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둥이 있는 아치형 천장으로 된 전시실에서 유물은 마치 형이상학적 행진을 하는 듯하다. 입면의 바닥까지 높이 2.6m의 이중으로 된 강화접합유리로 되어 있어 1층 전체를 광장에서도 볼 수 있다. 거대한 전시홀은 호화저택으로 유명한 빌라 알도브란디와 로마식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철골로 된 바닥이 사면의 유리벽과는 유리된 채 존재하는데 이는 기존 구조를 그대로 살리려는 의도였다. 박물관에서는 높이 솟아 있는 계단을 통해 연결된다. 둥근 천장을 가진 1층 전시홀 위층 끝으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강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자리한 카스텔베키오 현대갤러리는 중세 요새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1964년 카를로 스카르파에 의해 설계된 독특한 공간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아이젠만은 잃어버린 발자국의 정원을 통해 건물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다이내믹한 공간을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스카르파가 다섯 갤러리에 이용한 줄무늬가 있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시작한다. 이 다섯 패드는 1964년 발명되었다기보다 마치 중세풍의 성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정원 축에 놓여있다. 코너에 있는 교량과 일직선으로 맞춰진 두 번째 축은 이들 패드와 교차하고 파냄으로 축이 박물관 입구 쪽으로 움직일 때 점진적으로 드러난다. 이렇듯 되돌린 시간의 활동에서 패드가 열리면서 아래에 있는 그의 추상작업들이 나타난다. 중심 요소는 데카르트적 격자로 이는 지면에서 뚫고 나오며 또한 내부 줄무늬 바닥과 성벽 사이에 놓인 일련의 틈이 있는 조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설치물과 여타 격자 부분이 스카르파의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도록 되어있으며 방문객들은 역사적 장소에 대해 시각과 마음은 물론 육체와 관련된 3차원적 경험을 하게 된다.
과거의 철도역사의 공공건축 유산을 현대적으로 개축한 대표적인 사례로 파리 센 강변의 오르세 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1900년 현대적으로 지어진 오르세 역사는 기차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명을 다하고 1939년 이후 사람들의 발길을 멀리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 건축물을 문화상품으로 재생한다는 의미에 지난 1979년 미술관 형태로 그 모습이 변경되었다. 이후 역사의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과 전시된 작품들 간의 시간적 흐름을 반영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개축하여 현재의 미술관으로 1986년 개관하였다. 은유적 도시공간이 된 오르세미술관은 인상주의의 대표적 미술관으로 그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다. 1934년 건설당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영장으로 선정되기까지 한 루베수영장은 풀이 대회 규정에 적합하지 않아 1986년 이후 방치되었다. 그러나 1995년 산업도시 루베의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건축가 쟝 폴 필립퐁에 의해 산업박물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19세기 후반 이후에 직조산업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의 예술교육을 후원하기 위해 독특한 장소성을 담은 산업박물관을 조성한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정신이 면면히 스며들어 있는 건축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진지한 대화와 교감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자리한 가소메터 역시 1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가스 저장소이자 공장이었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대표적인 공동주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1870년 오스트리아 정부가 건설한 사회기반시설인 가소메터는 비엔나 시 전역에 가로등과 가정에 가스를 공급하였던 역사적 기반시설물이었으나 1986년 가동이 중지되었고 폐쇄된 후에 마땅히 그 용도를 쉽게 찾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남게 되었다. 이에 비엔나 시는 건물에 주거공간을 포함시키는 것을 대안점으로 모색하였고 이렇게 하여 탄생된 것이 가소메터이다. 가소메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표적인 건축가는 오스트리아 건축설계사무소 쿱 힘멜블라우를 비롯하여 또 다른 세 건축팀 만프레드 베도른, 빌헬름 홀츠바워, 장 누벨이 맡아 진행하였다. 64m의 지름, 높이 70m가 넘는 거대한 가스저장 탱크는 적벽돌로 마감된 원형의 건물로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한다. 네 개의 실린더형 건물이 서로 나란히 이어져 있으며 각각의 건물은 서로 다른 건축가들이 디자인하였다. 살포시 휘어진 커튼월의 곡면은 원통형 실린더 건물 내부의 아트리움을 잘라내 전개도처럼 펴낸 것으로 이로 인해 가소메타 아파트먼트가 과거와 조화된 현대적인 건축미를 돋보이게 된다. 역사적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채 새롭게 시민의 생활공간으로 되돌리는 가소메타 작업은 그 자체가 도시의 커다란 울림통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예전 건물의 외형을 그대로 남긴다”는 가소메타 건축의 기본 조건은 이처럼 130여년의 역사적 시간을 넘어 현재의 비엔나 도시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변화시키는 일등공신, 도시 재생의 매력적인 에너지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도시 활성화와 관광 자원화를 위해 문화권역을 조성함으로써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밀레니엄위원회를 통해 뉴 밀레니엄사업을 전개한 영국은 밀레니엄 돔과 런던 아이, 템스강변의 밀레니엄 브리지, 뱅크사이드의 화력발전소를 증개축한 테이트모던 갤러리 등을 통해 런던을 새로운 문화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비엔나 역시 18세기 함스부르크 왕가의 마구간과 부속시설에 옛것과 새것을 결합한 두 개의 뮤지엄을 신축한 콰르티어 박물관(Museum Quartier)을 조성함으로써 21세기 예술과 문화의 네트워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이샤 포럼 역시 옛 중앙전력발전소와 주유소 등이 있던 지역에 문화센터를 재생시킨 곳으로 미술애호가는 물론 마드리드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도심 속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의 IBA 엠셔 파크는 과거 100여 년 동안 각종 공해와 오염에 시달리던 루르 중공업단지를 세계적인 생태관광의 명소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엠셔파크 프로젝트는 우선적으로 엠셔강의 생태를 복원하고 과거에 제철소가 가동되던 곳에 공원을 덧씌우는 방식을 적용하였고, 용광로 건물은 360도 회전 가능한 전망대로, 가스탱크는 미술관으로, 제철소는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루르 지역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는 결과를 낳게 하였다. 요코하마 역시 도쿄의 베드타운에서 예술문화 창조도시로 거듭난 경우이다. ‘뱅크 아트 1929 프로젝트’는 1929년에 건축된 두 곳의 은행건물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일본 우편선의 창고를 개조한 ‘뱅크 아트 스튜디오’를 실험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킨 문화예술 창조실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Yokohama Red Brick Warehouse)는 면세품 보관소였던 적벽돌 창고를 쇼핑센터와 갤러리로 개조해 전통관 현대를 살린 문화시설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축물은 아니라하더라도 낡고 버려진 공간들을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곳도 눈여겨볼 만한 재생 공간들이다. 베이징 798 예술특구는 1951년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공장지대로 설립되었지만 그 활용도가 떨어지게 되고 1984년부터 전위작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798예술특구로 변모한 곳이다. 현재 798예술특구는 12만평의 넓은 공간에 400여개의 갤러리와 작업실이 밀집된 베이징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 되었다. 현대 북경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798의 공간은 당대 예술, 공간디자인, 건축, 문화사업과 역사 문맥, 도시 생활환경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서 하나의 새로운 문화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 조각공간 레드카운은 도시재생과 재활을 위해 전부가 후원하고 도시조각위원회가 계획한 옥외조각공원과 더불어 오래된 공장건물들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국내의 경우에서도 낡은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들이 부지기수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883년 개항이후 건립된 도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최대한 살려 문화적으로 재활용하자는 시민들의 뜻과 인천시의 의지가 합쳐져 탄생된 문화공간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1928년에 준공된 노후화된 경성재판소를 파사드만 남기고 모두 재건축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기존의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을 국가의 상징적, 기념성, 예술성 등을 감안하여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이다. 1925년 지어져 한국전쟁을 거치며 복구되어 서울역사로 사용되었던 문화역서울 284 역시 지난 2011년 원형 복원공사를 거쳐 새롭게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1층은 중앙홀과 공연 및 전시공간으로 2층은 다목적홀로 이용되는 문화역서울 284는 사적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다양한 문화행위가 생산되는 시민을 위한 소통으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세계적인 재생건축의 변화된 흐름에 동승하여 국내에서도 최근 도시 재생의 바람이 뜨겁게 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과거 정수장으로 이용되던 낡은 시설들을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새롭게 변모시킨 서울의 선유도공원이다. 선유도공원(건축가_ 조성룡)은 무조건 허물고 새로운 것으로 설치하기 보다는 과거에 사용되던 낡은 시설과 구조물들을 건축물과 조경시설로 적절하게 활용하여 시간의 흔적들을 색다르게 제공하고 있다. 선유도 일대 11만 407㎡의 부지에는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환경놀이터 등 다양한 수생식물과 생태숲을 감상할 수 있고 한강역사전시관과 시간의 정원, 녹색기둥의 정원 등 다양한 생태체험을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 2014년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윤동주 문학관(건축가_ 이소진)은 버려진 물탱크와 가압장 시설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기존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하면서도 열림과 닫힘, 옛것과 새것, 빛과 공간이라는 건축의 기본 명제를 정교하게 재구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건축박물관이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김중업박물관(건축가_ 박재유) 우유산업 공장 건물 중 현존하는 7개 동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건물은 가급적 원 건축가(김중업)의 설계 의도를 살려내고자 기존의 외관, 창틀 등을 보수 작업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된 것이 특징적이다. 건축물 이외에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도시의 공공시설물인 고가도로를 시민들의 보행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역시 도시의 재생의 가치의 인식을 높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지난 45년간 서울의 도시 발전 속도와 함께 차량통행로로서 커다란 역할을 해온 맡아온 총 938m의 서울역 고가가 노후화되어 수명을 다함으로써 철거 위기에 놓였고 서울시는 이를 소통의 가교로 재생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 의미 역시 1970년대에 만들어진 17m의 고가가 2017년에 17개의 사람길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명명된 것이다.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비니마스(Winy Maas/ MVRDV)의 ‘The Seoul Arboretum(서울수목원)’은 서울역 고가를 큰 나무로 설정하고 공중정원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구상안을 담고 있다. 램프를 나뭇가지로 비유해 17개 보행길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콘크리트 구조물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무조건 높고 크고 웅장하게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멈출 수 없는 속도감과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지구 환경은 점차 피폐해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자연과의 공존을 무시한 채 다분히 파괴로 점철되는 행위를 보여준다. 인간은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푸르른 자연에 마구 생채기를 내고 도시와 인공구조물을 건설하며 욕심의 항아리를 채워가고 있다. 도저히 멈출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인간의 과욕으로 인해 피폐해진 자연은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입게 되고,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형태의 환경 재앙을 되돌려 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재앙이 바로 지구의 숨통을 무섭게 조여 오는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 현상이다.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야기된 지구 온난화를 통해 우리는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환경의 역습을 받으며 인류의 존폐를 걱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가고자 하는 하나의 건축적 접근방식이 바로 친환경 건축이라 할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 넷제로 하우스, 에코하우스, 저에너지 친환경 건강주택, 제로에너지주택, 생태건축, 에코하우스, 그린빌딩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친환경 건축은 환경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지혜로운 건축 언어를 담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건축의 확산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재생 건축의 가치는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다.
건축물의 재생은 단순히 겉치장이 아닌 공공성에 바탕을 둔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공간 변형이라는 관점에서 대할 때, 가슴을 활짝 열고 현재의 우리와 따뜻하게 조우하게 된다. 재생 공간 속에 살포시 내려앉은 디자인 언어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역사적 전통과 장소성에 대한 배려, 공간에 켜켜이 쌓인 우리네 삶의 면모와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고자 하는 자세가 넘쳐날 때 재생건축의 진정성은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 재생 건축이 선사하는 사려 깊은 울림 속에서 우리는 과거 시간과 만나고 느림의 건축을 배우는 동시에 환경과 도시, 인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반영한 문화관광도시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기사 출처_ 데일리 에이앤뉴스_ Daily AN NEWS ‧ ANN TV(ANN NEWS CENTER) 제공 ANN
안정원(비비안안 VIVIAN AN)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IAB자문교수
기사 제공_ 에이앤뉴스그룹(데일리에이앤뉴스_ 건설경제건축디자인문화예술종합미디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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