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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04.

집에 대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익숙한 아파트 문화를 벗어나면 두렵다?

등록일 2020년05월05일 10시1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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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04.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을 때 불편하고 어색함을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방이 3개가 있는 아파트 평면구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방은 면적과 방향에 따라 안방과 작은방으로 나뉜다. 안방에는 안방전용 화장실이 있다. 필요하던 필요치 않던 화장실은 2개라야 안심이 되니까. 나도 아파트에 살 때 안방에 화장실이 있었다. 1년 동안 사용한 횟수를 따져보면 불과 며칠뿐이었다. 사용 횟수가 저조하다보니 아내는 화장실을 개조해 화장대가 있는 옷 방으로 개조해주면 좋겠다고 했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보다 아내에게는 옷 방이 더 필요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내의 바램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아파트 평면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던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거실의 구조는 또 어떤가? 남향으로 발코니로 나갈 수 있는 커다란 발코니 창이 있다. 한쪽 벽에는 텔레비전이 반대 쪽 벽에는 소파가 마주하고 있다. 주방과 다이닝룸도 배치가 아주 심플하다. 집짓기는 아파트 평면처럼 제한된 면적을 쪼개서 방을 배치하는 단순한 작업과 많이 다르다. 그 안이 사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족은 화장실이 2개 필요할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의 경우 화장실을 더 만들기보다는 옷 방을 더 필요로 할 수 있다. 단순히 벽을 나누고 방을 배치하는 것은 아파트와 같이 획일적인 평면구조에는 유용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지을 때는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 집을 지을 땅을 살펴야 하고 주변 건물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한다.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자연 채광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 또 실내 환기는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등등. 생각할게 많으니 고민이 깊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숙명과도 같다.

 


 

아파트가 살기에도 편하고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편하다는 생각이 깊으면 깊을수록 아파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진다. 그런 생활패턴에 몸도 마음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떠나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렵고 떨리는 감정까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때가 바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떠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출발 직전까지 두렵고 떨리고 불안한 마음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나 일단 발을 떼서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면 복잡한 감정은 곧 행복한 감정으로 바뀐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생활하기에 편할 수도 있고 안전할 수도 있다. 아파트 문화에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집을 지어 사는 것에 대해 잘못 알려진 편견과 선입견이 크다. 우리는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불안해한다.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아파트 구조를 단독주택 부지에 그대로 옮겨짓고 사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러나 아파트가 단독주택이 되는 상황은 마치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을 때 불편하고 어색함을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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