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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으신가요?

욕심을 버리면 집짓기는 쉬워진다

등록일 2020년05월22일 08시3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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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재철의 건축 칼럼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가지 이야기’  06.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히려 내가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싸게 짓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으신가요?

예산이 넉넉지 못한 예비건축주들 대부분은 ‘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어 한다. 집은 짓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가지고 있는 예산 안에서 잘 지어보겠다는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건축비는 집짓기 과정에서 설계나 시공만큼이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설계가 만족스럽게 나왔더라도 가지고 있는 예산 때문에 설계대로 집이 지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시공품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대부분의 경우도 알고 보면 비용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가지고 있는 예산은 한계가 있지만 품질이 좋은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싸고 좋은 집을 지을 수는 없는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갖고 방법을 찾아본다. 주변에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싸게 지었다는 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가 보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 불가능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싸고 좋은 집’은 없다. 절대로 없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싸고 좋은 것’을 원한다.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최고의 것을 얻기 원한다. 이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싸고 좋은 것에는 ‘역설적인 의미’가 있다. 역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주장에 반대되는 이론이나 말’이다. 싼 물건은 그만큼의 값만 한다는 얘기다. 극히 드물게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따라서 싼 물건을 산다면 그 값어치 이상 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집도 마찬가지다. 싸게 집을 지으면 싼 만큼의 값어치만 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싸게 짓기 원하면서 그 값어치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가지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싸고 좋은 집을 실현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집을 싸고 좋게 지으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보다 눈높이를 낮춰야 건축비를 줄일 수 있다. 가령 한 세트에 가격이 1,000만원인 주방가구를 설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치자. 그런데 전체 건축비가 예상보다 초과되었다. 건축비를 낮추려면 즉 싸게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사양을 낮춰서라도 500만 원짜리 주방가구를 설치하지 않으면 비용을 줄이지 못한다. 사양을 낮추면 전체 건축비를 낮출 수 있다. 다른 항목도 예외는 아니다. 건축비를 줄이려면 항목별 비용을 낮춰야 한다.

건축면적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건축면적을 줄이면 원하는 사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축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비용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좋은 품질의 집을 지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건축면적도 줄이고 싶지 않고 실·내외 마감 재료에 대한 눈높이도 낮추기 싫은데 집의 품질은 높이고 싶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예산을 더 확보하던지 아니면 이대로 지으면 집의 품질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집을 지어주는 시공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수밖에 없다.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에게 집을 싸게 지어주려면 시공사는 마땅히 가져가야 할 기업이윤을 줄여야한다. 이윤을 줄여야 거기서 확보된 비용을 가지고 시공에 투입할 수 있다. 물론 자재나 인건비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집의 품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시공사 입장에서도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추가 비용을 투입해서 집을 짓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싸고 좋은 집의 문제는 건축주나 시공사가 얼마만큼의 희생을 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집짓기 기회를 가진 건축주가 예산 때문에 꿈 목록을 하나씩 지울 수도 없지 않겠는가. 시공사는 또 어떤가. 집을 짓기 시작해서 마무리까지 길게는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기간 동안 현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운영자금은 회사 이윤을 통해서 마련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향후 2년간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시공하자에 대한 비용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이처럼 이윤을 줄인다는 것은 회사 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시공사가 이윤을 줄여서까지 집의 품질을 높이는 데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특별한 목적, 가령 마케팅 용도로 그 집을 활용하는 등의 목적 없이는 그 어떤 시공사도 희생을 감당하지 않을 것이다.

건축주 입장에서 집짓기는 평생 모은 돈을 다 투입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투자다. 싸고 좋은 집이 말 그대로 실행 될 수만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그렇다고 내 집이 싸구려처럼 보이는 건 죽기보다 싫다. 싸고 좋은 집을 짓기 위해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지인들에게 조언도 구해보지만 그럴수록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내가 아는 사람이 최근에 평당 300만원에 집을 지었는데 따뜻하고 좋다”더라 “회사에 맡기지 않고 작업팀을 시켜서 직영으로 공사하니까 비용이 엄청나게 절약 된다”등의 말은 건축주의 귀를 현혹시키기 딱 좋다. 이 때문에 발품만 팔면 얼마든지 싸고 좋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싸게 지어야해’라는 생각의 틀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의심을 갖게 된다. 특히 시공사에 대해서는 더욱 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도대체 이 시공사는 내 집을 지어주면서 얼마나 남겨 먹을까?” “분명 많이 남겨 먹을 텐데”라는 의심이 커진다. 요구하는 대로 다 주면 속는 거 같고 남들보다 더 비싸게 집을 짓게 되는 거 같은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싸고 좋은 집’을 지어주겠다는 광고물로 홍수를 이룬다. 터무니없이 싼 집을 지어주겠다는 광고지만 어느새 마우스의 커서는 그 광고 배너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속는 셈치고 해당 사이트를 들어가 본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광고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예상보다 평당 건축비가 싼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을 수도 있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옵션이 추가되면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싸고 좋은 집을 짓겠다는 생각의 틀을 벗어버리고 내 예산에 맞는 ‘경제적인 집짓기를 하겠다’라는 스마트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때는 반드시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인터넷 정보를 팩트(fact) 체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다던가 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면 집짓기는 쉬워진다

경제적인 집짓기의 키워드는 ‘욕심 버리기’다. 집짓기에 필요한 주체는 건축주, 건축가 그리고 시공사다. 이들 모두가 만족하면 행복하고 재미있게 집짓기를 마무리할 할 수 있다. 반면 어느 한 사람이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욕심 때문이다. 집짓기는 ‘욕심을 빼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욕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좋지 못한 결과는 생각보다 크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자 마음에 두고 있는 욕심을 내려놓고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들이 가능하려면 서로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로를 믿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집짓기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서로의 얘기를 경청해야 하는 일도 필요하다. 각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각자의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다 털어놓고 시작해야 신뢰가 쌓이고 그래야 집짓기를 마칠 때까지 서로의 신뢰감이 유지될 수 있다.

설계나 시공 계약서에는 프로젝트를 맡기는 주체와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주체를 갑(甲)과을(乙)로 각각 표기하고 있다. 여기서 갑은 대게 건축주고 을은 설계사무소 또는 시공사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해서부터 마감공사를 진행할 때 까지는 갑과 을의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가 을이 되어 건축가와 시공사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건축가와 시공사는 설계와 시공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건축주가 불안해하지 않게 안내하고 안심시키면서 잘 리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건축주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와 시공사를 의심하지 말고 인내하며 지켜봐 줘야한다.

갑과 을 얘기로 다시 돌아 가보자. 사실 계약서대로 갑과 을의 역할이 정확히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다보면 결과가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신뢰만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가려니 건축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돈은 다 줬는데 공사를 안 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안감 말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싸고 좋게 지으려고 궁리하는 사람은 계약서상에서는 갑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을의 위치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이런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건축추가 시공사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회사 이윤까지 포기하면서까지 집을 지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자재비, 안전관리비 등은 줄일 수 없는 비용이다. 반드시 투입되어야 기본적인 품질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에 대한 정보는 사실 쉽게 알 수 있다. 전원주택 관련 잡지를 보면 소개된 집에 대한 정보를 친절하게 적어 놓는다. 건축면적, 외부마감재, 내부마감재, 총공사비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내·외부가 화려한 집의 공사비를 보고 저런 집을 '어쩜 저렇게 싸게 지었을까' 감탄하기 쉽다. 하지만 지면상에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숨겨진 추가 공사비나 각종 세금 인입비 등이 빠져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런 저런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다 합하면 총공사비는 잡지에 소개된 비용보다 훨씬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자! 이제부터라도 싸고 좋은 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자. 싸게 지어주겠다는 시공사가 설사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잘 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에 쫒기다보면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이 조급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려버리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그렇다고 싸게 지어주겠다고 하는 시공사 모두를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싸게 짓는 만큼 '그래! 결과에 대해서도 만족해야지'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괜찮다.

사실 영국이나 독일과 같은 유럽 선진국에서는 소셜하우징(social housing)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사회적 약자 층을 위해 가능한 싸게 집을 지어준다. 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싸게 지어서 집 없이 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할지에 쏠려있다. 따라서 가능한 싸고 유지관리에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자재를 사용한다. 인건비와 간접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와 같이 똑같은 집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제작하기도 한다. 모든 초점이 비용절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셜하우징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집보다 훨씬 싸게 지어진 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게 집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없다.

이런 목적으로 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공사비보다 싸다고 해서 서둘러 계약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히려 내가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싸게 짓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ANN

최재철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 건축가

자료_ ANN 최재철, 리더북스

 


 

최재철_ ANN건축연구소 대표소장이자 건축가이다. 영국 드몽포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 대학교 건축환경대학원에서 목재산업경영학(Timber Industry Management) 연구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영국 목조건축회사(BenfieldATT)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유럽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경험했다. 이후 귀국하여 2009년부터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하면서 국내 목조건축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교육 및 고품질의 시공기술을 전수했다. 2010년부터 전국 23곳의 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독일, 호주에서 에너지 주택, 목조주택, 건강주택에 관한 다양한 기술연수 및 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는 목조건축 CM전문 회사/ 제이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15 한국건축가협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목구조 과목을 강의했으며, 한국조형예술원 목조건축디자인학부 교수로 몸담고 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기술이사, 한국건축가협회 언론홍보위원, UIA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언론홍보위원, 영국 Thomas Mitchell Homes 디자인 엔지니어, 석사연구원, 영국 Goodwins Timber Frame 수석건축디자이너, 영국 Benfield ATT 수석건축디자이너, ㈜렛츠고월드 국내 1호 목조펜션 설계 & CM 등을 역임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국내 최초 목조펜션 하우스 ‘팜스테이’, 런던 근교의 ‘6층 목조공동주택’ 정릉동 ‘쉐어하우스’ 등이 있다. <문의 annews@naver.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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