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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묘묘-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책으로 나와

‘사람, 고양이, 집’, 고양이 건축주의 집 사용법 그리고 묘연 이야기

등록일 2021년10월03일 10시3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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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묘묘-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책으로 나와

‘사람, 고양이, 집’, 고양이 건축주의 집 사용법 그리고 묘연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2020년 말 기준으로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는 154만 가구에 달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수가 2020년 통계청 기준으로 300만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제 개와 고양이는 도시의 중요한 가족 구성원이 되고 있다.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를 위한 전용 가구가 출시되고 고양이 전문 박람회가 개최되는 등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현실이다. “고양이 나만 없어”라는 말은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가가묘묘-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은 제목 그대로 반려묘를 키우는 집의 공간과 그들의 반려묘 생활을 들여다보는 이색적인 책이 발간됐다. 저자인 비유에스건축에 설계를 의뢰한 네 가구와 기존 공간인 원룸, 투룸, 소형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세 가구의 사례를 담은 책이다. 모두 반려묘를 키우는, 미혼의 1인 가구이거나 자녀가 없는 부부인 2인 가구들이다.

반려묘와 함께 사는 라이프스타일과 주거 트렌드, 반려묘 문화는 원룸 거주 1인 가구, 오래된 집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개조한 부부, 둘만을 위해 도심 협소주택을 지은 부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레스토랑을 겸한 전원주택을 마련한 부부 등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집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례들을 모아봤습니다. 실은 집사들의 입을 통해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사람과 고양이, 집의 관계성이랄까요. 원룸이나 투룸처럼 이미 지어진 기존의 공간도 있고, 건축가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 각자의 ‘묘연(猫緣)’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반려묘와 생활하는 집사가 설계를 의뢰한다면 고양이는 집사들만큼이나 중요한 건축주가 된다. 고양이들의 의사는 집사들의 입을 통해 건축가에게 전달된다. 습성도 스케일도 완전히 다른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살기 위해 집사와 건축가는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은다. 고양이가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거나 야외에 연결된 공간에 고양이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고양이 털 날림을 막기 위해 드레스룸을 완전히 분리하고 잠시 고양이와 떨어져 지낼 부부만의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2층 이상의 집에 꼭 필요하지만 좁은 집의 경우 자리를 많이 차지해 반갑지만은 않은 계단실이 고양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집사와 건축가의 예상을 깨고 집안 구석구석 엉뚱한 곳을 애용하며 그들만의 집 사용법을 보여준다는 팁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앞으로 반려묘와 함께 사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지고, 고양이를 위한 가구와 공간 역시 중요해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나와 전혀 다른 존재인 고양이와 같은 공간을 쓰며 공존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일곱 가구의 공간 이야기에 앞서 체부동 한옥에 건축사사무소가 있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짜구와 호구는 그 시절 사무실 마당에 들어와 밥을 먹고 가곤 했던 길고양이로 저자들이 이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 건축가들뿐만 아니라 일곱 집사들의 묘연도 각별하다. 오직 부부만을 위한 집을 짓고자 했던 효창동 부부는 주차장에 드나들던 길고양이를 입양하게 되고,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 설계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동천동 부부는 주택 외관 모양 결정을 고양이의 선택에 맡긴다. 고심 끝에 반려묘를 입양한 은주씨는 장롱 뒤에 숨겨놓은 엄청난 똥오줌을 치워주고 나서 비로소 집사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든 반려묘의 존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인 박민지는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후 서울의 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삶에서 가장 큰 흥밋거리인 건축, 그것을 둘러싼 환경, 고양이 외에 의미 있는 영역을 늘리기 위해 탐구 중이다. 비유에스건축과는 학부시절 네 번의 인턴 경험을 계기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저자 박지현은 숭실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후 MANIFESTO ARCHITECTURE에서 실무를 익히고 2014년 비유에스건축을 설립했다. 어린 시절 삼천포의 어촌마을에서 자랐으며 이때 쌓은 풍요로운 기억이 현재 본인의 건축에 가장 큰 영감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조성학은 숭실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 후 스튜디오 케이웍스에서 실무를 익히고 2014년 비유에스건축을 설립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늘 머릿속이 가득차 있다 보니 역으로 아무 생각 없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여행과 산책을 즐기며, 여기서 얻은 건축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유에스건축은 건축과 공간을 매개로 일어날 수 있는 유의미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도시, 문화, 사람 간의 다양한 관계 설정에 주목하고 건축의 ‘구축’보다 ‘과정’에 집중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유에스(B.U.S)는 ‘규정되지 않은 시작점’을 뜻하는 By Undefined Scale에서 나온 것으로 비유에스건축이 추구하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또한 철자 그대로 대중교통수단 ‘버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친근함과 다양한 분야와의 소통, 교류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동화적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2020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당진 우-물, 쌍문동 쓸모의 발견, 진주 빗방울집, 마포 엄지척빌딩, 용인 묘각형주택 등이 있다. ANN

 

박민지, 박지현, 조성학 지은이

336쪽, 148×210mm, 공간서가 발행

 

김용삼‧전예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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