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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김석환의 북한산

김석환의 실경수묵화전

등록일 2021년01월18일 19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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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필치로 담아낸 김석한의 실경수묵화전 ‘북한산’의 세계에 빠져보다

“나는 지난 10여 년간 북한산을 지속적으로 그려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북한산의 그 심원하고 웅대하며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광을 좀 더 크게 전해질 수 있도록 작업을 계속해가려 한다.”

 

지축동에서 본 북한산 전경 2020 한지에 수묵 5505x770xmm

 

새해 초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 실경수묵화전을 열게 되었다. 돌아보니 2014년 서울도서관 초대로 북한산 그림 전시회를 한 이후 북한산 개인전만도 일곱 차례나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5년 이후 부터의 나의 그림 그리기는 대부분 북한산 그림에 몰입되어 왔다.

 


관봉에서본의상능선과북한산정상1  한지에수묵 2020년   2810x780mm

 

작년에는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북한산 그림을 많이 그렸다. 작년 2월초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센터)에서 열었던 전시를 계기로 고양시로부터 꽃 박람회 기간 동안 북한산 그림을 전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난 후 좀 더 새로운 그림을 선보이고자 그동안 펜이나 붓펜으로 그렸던 장면들을 수묵화로 제작했다. 전에 그렸던 가장 큰 전경 그림도 좀 더 크게 수묵으로 새로 제작을 했고 북한산에서 암릉의 기세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의상능선을 대작으로 반복해 그렸다. 그리고 주요 봉우리와 계곡, 북한산성의 면모를 담은 성곽 및 성문들도 많이 그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로 그 전시가 취소되고 말았다. 봄에 하던 행사를 가을로 미뤄 다시 하기로 했지만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다행히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의 2021년 공모에 다시 선정이 되어 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근래는 코로나로 관람객의 방문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전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전에도 더러 수묵으로 그린 그림들이 있었지만 내가 그처럼 수묵에 집중해 북한산을 그리고자 한 것은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북한산을 그려서 전체적으로 내 그림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자 하는 생각과 그림에 좀 더 무게감을 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얇은 한지와 먹물을 다루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웠으나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전에 펜이나 붓펜을 사용했을 때는 필치의 힘이 담기는 맛을 잘 살릴 수 있어 좋았으나 그림이 커질수록 농담표현과 의도하는 중량감을 제대로 담아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큰 그림을 그릴 때 두꺼운 종이를 여러 장 연결해 사용하다 보니 전시할 때도 어려움이 있었다.

 


백운대에서본 북한산 내경 한지에수묵 2020년 1490x610mm​


백운대에서본 인수봉과 도봉산 한지에수묵 2020년 1420x735mm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재료나 도구는 다를지언정 내가 그리고자 하는 의도는 늘 변함이 없다. 즉 내가 보고 느낀 북한산의 빼어난 풍광을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느껴질 수 있도록 진솔히 담아내고자 한다. 내가 수묵으로 작업을 한 작품들도 전체적인 느낌은 이전에 다른 도구로 그린 그림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나의 작업이 현장에서 바라보이는 실제 풍광에 이끌린 감동을 사실적으로 담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대로 스스럼없는 필치를 구사해 그림에 생동감을 갖게 하려 했다. 즉 도구의 차이보다 대상으로부터 받은 감동을 실사하는 작업자의 개성과 심미감이 작품의 성격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그림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실경을 대하며 받는 감동이 그리기의 의욕을 촉발한다. 그래서 매번 화판과 그림 도구를 짊어지고 올라가는 수고를 감내한다. 대작을 그릴 때는 오랫동안 같은 장소를 반복해 올라야 한다.

나는 북한산의 실체 풍광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생생하고 진솔히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는 빼어난 북한산의 풍광을 과장됨이나 실체의 외곡 없이, 누구나 똑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는 그 실체의 풍광으로부터 일어나는 감동을 객관적으로 공유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또한 실제 풍광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실체의 모습과 기세를 충실히 묘사하는 그 자체로서 그림의 가치가 충실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실경을 똑같이 화면에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것이 가장 빼어난 그림이 되게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북한산계곡 한지에수묵 2020년 750x600mm


북한산국녕사 한지에수묵 2020년 780x565mm


북한산성전경 한지에수묵 2020년 1490x1050mm

 

내가 생각하는, 나의 그림이 갖는 특징은 앞서 말한 실사의 의미와 함께 생명력 있는 필치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내가 본 실경을 충실히 옮기려 하되 결국은 나의 주관적인 정서와 표현 방식이 표출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나는 특별히 그림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 1990년 초부터 수년에 걸쳐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르 코르뷔지에의 생애기행을 한 후 조형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그처럼 그림의 소양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해 1991년부터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많은 선배 화가들로부터 천부적인 필력을 타고났다는 말씀을 많이 들어왔고 스스로 어려서부터 사물을 보는 균형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 1회와 2회 개인전 때는 수채화와 유화 등 채색화가 주였으나 2005년 영풍문고 초대의 ‘한국전통건축드로잉전’ 이후로 단색의 그림 위주로 작업을 해왔다.

 

북한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나는 북한산의 전모를 다 그림에 담아 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작업을 해 왔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과거 한양이라는 도시의 입지적 특수성과 북한산을 연관해 생각하면서 그 실제 구조와 풍광을 담아두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체화되었다. 그래서 전경, 원경, 주능선, 주요봉우리 및 계곡, 내경, 성곽 및 성문 등의 목차를 정하고 그려왔다. 그동안 북한산을 오랫동안 오르면서 점점 더 북한산의 풍광에 깊이 매료되었고 북한산을 찾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그 풍광에 더 큰 감동을 갖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그 실체를 더 잘 나타내고자 하는 의욕도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림들을 다시 보다보니 지난 세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오르내리며 대하던 풍광과 추위와 더위, 그리고 바람을 견뎌냈던 순간들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이번 전시에 맞춰 계속 그려온 그림들을 추가해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 개정판을 내게 된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

 

사모바위에서본 의상능선과북한산정상 한지에수묵 2020년 2800x755mm


진관봉능선에서본 북한산정상과진관사 한지에수묵 2020년 1415x750mm

 

나는 지난 10여 년간 북한산을 지속적으로 그려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북한산의 그 심원하고 웅대하며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광을 좀 더 크게 전해질 수 있도록 작업을 계속해가려 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현장의 필치로 그린 그림들을 통해 내가 감동한 북한산의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ANN

 

김석환 건축가, 작가

 

>>건축가 김석환(1959년생)은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도시건축 등에서 실무를 쌓은 후 1994년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서울산업대, 광주대, 삼육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99년 건축문화의해 초대작가 및 서울시 MP 등을 역임하였으며 1990〜1997 르 코르뷔지에의 생애와 건축 기행을 했다. 1994년부터 터․울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K씨주택, 곤지암주택, 청풍헌, 목마도서관 등이 있다. 저서로는 건축작품집 ‘본연성,덤덤함’,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 ‘북한산과 한양도성’ 등이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정원‧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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