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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준의 ‘두 개의 깃발(Two Flags)’

섬세한 필법과 명암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그려내는 가상 세계 속으로 몰입시켜

등록일 2020년11월11일 15시1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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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죠의 테네브리즘(tenebrism)을 연상케 하는 박민준의 ‘두 개의 깃발(Two Flags)’전

숫자의 구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사유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를 이번 전시의 중심 테마로 가져와

 


 

카라바죠의 테네브리즘(tenebrism)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강남 노블레스 컬렉션이 오는 12월 19일까지 박민준 작가의 ‘두 개의 깃발(Two Flags)’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도 갤러리 현대 ‘라포르 서커스’ 전시에서 좋은 호평을 얻었던 박민준 작가의 9번째 개인전이다. 작가 박민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주도와 서울의 스튜디오를 오가며 준비한 신작은 조각과 패브릭을 포함한 설치 작업은 물론 2m에 달하는 대형 잉크화(종이) 작품을 선보인다.


 

박민준 작가는 숫자의 구성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사유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를 이번 전시의 중심 테마로 가져온다. 작가가 표현하는 ‘2’는 삶과 죽음, 음양(陰陽), 남과 여와 같은 만물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숫자로서 대립과 합일과 같은 관계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3’은 여기에 한 요소가 더해진 것으로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수이다. 또한 ‘4’는 지,수,화,풍(地水火風) 과 같은 4요소로 이루어진 완전한 세계를 드러내는 숫자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숫자들이 드러내는 상징적 영역을 탐구하며 전시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박민준 작가의 섬세한 필법과 명암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그려내는 가상 세계 속으로 몰입시킨다. 그동안 유화 작업을 계속해서 선보여 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종이에 그린 잉크화로만 전시를 준비했는데, 덧칠이 가능한 유화 작업과는 달리 잉크화 작업은 수정이 불가능하기에 그만큼 작가의 내공과 숙련된 기법이 요구된다.

전시의 메인 작품인 ‘신념의 탑’과 ‘영원의 탑’이라는 제목의 대형 잉크화 작품 2점은 그 크기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작품 규모만큼이나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더욱 심오하다. 작품 속에는 작가가 저술한 소설의 내용 속 여러 상징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징들을 모두 흑백의 명암으로만 표현함으로써, 신의 영역을 상징하는 황금색과의 극적인 대비의 효과를 연출했다. 2점의 대형 잉크화 외에도 전시장에는 12점의 잉크화 작품이 더 있는데 12라는 숫자는 고대적인 의미에서 인간과 천체가 공유한 1년의 시간, 즉 12개의 달을 의미한다. 이 작품들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두 점의 조각상 ‘플로라(Flora: 꽃_자연을 상징)’와 ‘소년(Boy_영원한 존재)’을 감싸며 벽을 따라 설치되어 있어 볼만하다. 각각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의 상징적 의미를 유추해보는 것은 관람객의 몫으로 남는다.


Untitled, 70cm X 40cm, Ink, Watercolor, Acrylic, 2020..


Untitled, 70cm X 40cm, Ink, Watercolor, Acrylic, 2020.


신념의 탑, 201cm X 136cm, Ink, Watercolor, Acrylic, 2020


영원의 탑, 201cm X 136cm, Ink, Watercolor, Acrylic, 2020...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해서 작가가 직접 집필한 소설 [두 개의 깃발]이 출간되어 전시장에 함께 전시중이다. 소설 속에는 작가 자신을 투사한 것으로 보이는 노화가가 등장하는데,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속 소년이 실제 인물로 현실화되는 기적이 일어나며, 이 소년은 여러 세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 미술상으로 환생하게 된다. 마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소설에서 작가가 담고 싶었던 것은 극적 전개의 흥미로움 보다는 소설 전반에 걸쳐 암시되고 있는 ‘불멸을 위한 갈망’ 그 자체일 것이다.

작가 박민준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도쿄예술대학교 유화기법재료연구 과정을 수료하였다. 갤러리현대(2018년, 서울), 갤러리현대 두가헌(2015년, 서울), 갤러리현대 강남(2012년, 서울), 가나아트뉴욕(2009년, 뉴욕), 노암갤러리(2006년,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코리아 투모로우전(2014년, 동대문DDP), 극적시퀀스전(2012년, 인터알리아), After the Pictorial turn(2008년, 두산갤러리),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ANN

 

박민준(Minjoon Park) 작가

자료_ 노블레스 컬렉션, 사진_ 김태화(전시장)

 

안정원·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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