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민정의 The Wall of Art Museum_ 미술관의 벽…
미술관에 흐르는 시간과 일상적인 움직임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스럽게 떠도는 소리와 이동 같은 분위기를 잡아내 다시 미술관 벽이라는 건축적 구조물의 이미지에 연동시키고자 한 작업
집의 숨 쉬는 공간을 주제로 장소 특성적인 영상과 조각 설치 작품을 선보여온 금민정 작가의 미술관의 벽 전시가 지난 1월 8일 서울 종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디어아트월에 열렸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작가들에게 창작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모전으로 기획되었으며, 현재를 나타내는 ‘지금(now)’과 미디어아트월이 갖는 비경계, 비정형을 나타내는 ‘틀 지워지지 않음(unframed)’이라는 두 가지를 주제로 두 명의 작가를 선정하였다. 공모전에 선정된 금민정 작가는 벽을 소재로 하여 빛으로 환원되는 벽을 통해 자신의 성찰을 시각화하였다. 미디어 월에서의 빛, 즉 영상은 개인의 작가와 공공의 미술관을 연결지어주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작가는 이 공간을 개인과 공공의 역사라는 상반된 이야기가 만나는 새로운 영상의 공간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벽에 대한 기억 중 작가가 촬영하거나 수집한 일상, 안무, 소리, 역사적 다큐멘터리 필름에 대한 영상의 움직임을 작품 속 벽의 움직임에 연동시켜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미디어 퍼포먼스 과정을 선보였다.
“미술관이라는 공공의 장소성과 벽을 소재로 한 작업의 결과물로서 미술관에 흐르는 시간과 일상적인 움직임, 그리고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스럽게 떠도는 소리와 이동 같은 분위기(공기)를 잡아내 다시 미술관 벽이라는 건축적 구조물의 이미지에 연동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시간성을 아카이빙된 미술관에 대한 영상을 선택하여 작가의 미술관의 벽 이미지에 이입시키는 작업 과정과 미술관 공간에서 이루어진 안무가의 퍼포먼스를 그 공간의 벽에 다시 녹아들게 하는 과정의 기술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전시작 ‘미술관의 벽’은 영상을 제작할 때 사운드가 배경에 깔리고 촬영 소스를 편집하는 일반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채집된 사운드와 촬영된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변형시키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촬영된 공간의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공간을 다시 제어하는 방식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프레임 안에서 공간의 움직임을 직접 제어하고 변형해왔던 그간의 작업 과정에 변화와 반전을 꾀한다. 이렇듯 김민정 작가는 일상적인 미술관의 시간,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역사적 시간 모두를 자신의 작업 안에 드러내며 미술관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미술관의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아트월이라 명명되고 만들어진 ‘빛 덩어리’인 미디어 매체가 작가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또 하나의 공간과 시간을 담은 매체가 된다. 작가는 미디어아트월을 움직이는 이미지를 선보이는 일상적으로 발광하거나 사라지는 표피적인 빛이 아니라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다 진중한 공간이라는 매체로 접근한다. 이 거대하고 견고한 미술관의 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주변에 반응함을 보여준다.
금민정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6년 첫 개인전 <집 House>를 시작으로 관훈갤러리, 금호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8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통해 숨 쉬는 공간을 주제로 장소 특성적인 영상과 조각 설치 작품 연작을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과천국립과학관 등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송예린 ‧ 양정훈 기자
금민정 작가, 설치미술가, 자료_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