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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음반 제작에 나선 까닭은?

밀레니얼 세대 전자 음악가, 디자이너, 기획자 참여

등록일 2020년03월26일 10시3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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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일꾼 1948-2020> 전시 연계 컴필레이션 앨범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

‘투표로 세상 바꿀 수 있을까?’ 선거 제도에 던지는 질문

미술관이 음반 제작에 나섰다. 일민미술관은 국내외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키라라, Y2K92, 살라만다, 장명선, HWI 다섯 팀의 전자 음악가가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 (The Songs for the NOT-YETs)’를 발매했다.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는 3월 24일부터 6월 21일까지 일민미술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 개최하는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새일꾼 1948-2020>은 최초의 근대적 선거였던 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 선거부터 올해 4·15총선까지 73년 선거의 역사와 의미를 다루며, 400여 점의 사료 아카이브에 동시대 예술가 21팀의 작품이 더해져 갈등과 경합, 축제의 장을 펼치는 ‘아카이브형 사회극’ 전시다.

 

전시 연계로 제작된 컴필레이션 앨범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는 대부분 90년대 생으로 구성된 밀레니얼 세대 전자 음악가 다섯 팀이 본인이 ‘기성세대’로 불릴 미래를 상상하고 미래 세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출생률 감소와 고령화 경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미래, 인구 절벽 너머에서 태어날 소수의 아이들은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현재의 선거 제도 하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표를 뽑아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는 변화를 꿈꿀 수 없을지 모르는 그들에게 어떤 말과 노래를 물려줄 수 있으며 어떻게 세대교체에 협력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앨범은 1948년도부터 보급되어 1980년대까지 널리 이용된 최초의 소리 기록 매체인 ‘바이닐(LP)’로 제작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인 386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 세대가 주로 사용했던 매체인 바이닐은 2020년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문화 현상인 뉴트로 현상과 함께 다시금 현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뉴트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 현세대가 과거를 반복하는 것일까, 익숙지 않은 부모 세대의 문화에서 재창안한 새로운 형식일까? 음반은 매체 형식을 통해 이전 세대는 그다음 세대에게 어떤 말을 물려주고자 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며, 현세대가 당면한 세태에 대한 양가적 관점을 제시한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으로 키라라(KIRARA)의 신곡 ‘92조의 6’을 수록했다. ‘92조의 6’은 소수의 인구로 살아갈 미래 세대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입법 제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키라라의 음악은 차갑고 강한 빅비트와 여리고 섬세한 멜로디의 조합은 슬프면서도 신나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팀 ‘Y2K92’의 ‘Bi-elijah’는 우리는 늘 아름다운 사회를 그리지만, 안타깝게도 늘 이상과는 다른 양가적인 현실 속에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과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포스트 뉴에이지를 추구하는 Y2K92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시대에 살았던 Simo와 Jibin이 함께 서로의 요소를 결합하여 통일된 감각을 만들어낸다.

 

세 번째 트랙에는 음악 프로듀싱 그룹 ‘살라만다’가 참여했다. 세 번째 트랙 ‘아이야(Aiya)’는 전체 인구 대비 극소수의 유권자들이 마주하게 될 무력감을 ‘절벽 위 군중을 올려다보며 손을 뻗는 한 아이’에 비유한 이야기를 담았다. 살라만다는 소음으로 규정될 수 있는 사운드를 모아 음악으로 풀어낸다.

 

네 번째 트랙인 장명선의 ‘HZ’는 ‘새로운 생명체 서식 가능 지역(Habitable Zone)을 찾기 위해 먼저 우주로 떠나간 어른들이 지구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상상하며 만든 곡이다. 우주에서 부유하는 듯한 사운드의 신시사이저를 주로 활용하여 곡을 구성했으며, 미래 세대가 마주할 세상에 대한 일말의 희망과 낭만을 노래한다.

 

마지막 트랙에 참여한 HWI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 eobchae’의 일원이다. 다섯 번째 트랙의 ‘WORLD(((0)))RESET Lullaby’는 현재 사회시스템으로는 파멸적인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부르는 마고할미들의 자장가다. 전통요를 연상시키는 리듬과 가사, 전자음악 사운드의 조화는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커버 디자인은 프로젝트 디자인 그룹 ‘개개인’이 참여했다. 앨범에는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라는 하나의 문장으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를 개개인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표현한 120개의 주석과 그림 중, 각 트랙과 어울리는 5개의 주석과 그림을 매칭하여 앨범 삽지로 수록했으며, 선별한 다섯 개의 일러스트를 재구성해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다. 그림과 글, 음악, 그리고 청자의 관점이 만나 색다른 해석이 만들어지는 재미를 선사한다. ANN

 

자료_일민미술관

 

 

 

 

 

 

 

박은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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